EBS 다큐프라임 긴팔인간 1~2부 음악과 가족본능

인간과 비슷한 기번 가족. 이런 영장류를 연구하는 한국인이 있다.

가장 인간적인 유인원의 삶

아시아의 유인원 기번의 생태를 다룬 글로벌 자연다큐멘터리 다큐프라임 <긴팔인간>(2부작)을 2월 6일부터 방송한다.

2년의 제작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자바와 수마트라, 그리고 태국 등 총 8곳에서 해외 올로케이션 촬영한 이번 방송은 국내 최초로 기번의 생태를 담았다.

우리가 몰랐던 미지의 유인원, 기번! 베일에 가려졌던 그들의 존재가 공개된다.

꼬리가 없고 똑똑한 지능이 특징인 유인원.

보통 사람들은 유인원을 떠올릴 때면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보노보 정도를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아시아에 또 하나의 유인원이 존재한다.

바로 기번이다. 기번(Gibbon, Hylobatidae)은 우리에게 긴팔원숭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꼬리가 없는 유인원임에도 불구하고, 분류학적으로 잘못된 원숭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을 정도로 우리가 잘 모르는 존재, 역설적으로 그 거리만큼 기번의 생태는 신비하다.

이들은 유인원 중 유일하게 일부일처제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노래를 불러 감정을 공유하고 의사소통한다.

인간과 아주 흡사한 모습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 기번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1부 음악 본능

노래하는 유인원, 기번

2016년 5월 2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 진도 6.1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를 직감이라도 한 듯, 아주 커다란 노래 소리로 자연재해의 위험성을 알리는 존재가 있다.

‘기번’이다. 날 때부터 음악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이들은 노래로 의사소통을 한다.

노래의 종류도 다양하다.

부부의 끈끈함을 알리는 노래에서부터 적이 근처에 왔음을 알리는 노래,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이웃에게 알리는 노래까지! 노래는 이들을 결속시켜줘 위험으로부터 서로를 지켜준다.

위험천만한 밀림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은 노래를 생존의 의사소통 방식으로 선택한 것이다.

최대 6.5km까지 퍼지는 기번의 노래 덕분에 멀리 있는 가족과도 소통할 수 있다.

40년간 야생 기번을 연구한 태국 마히돌 대학교 워렌 브로클만 명예 교수는 “기번의 노래는 정형성을 갖추고 같은 방식으로 반복이 돼, 노래를 듣고 음표로 옮길 수 있을 정도다”라고 말한다.

유인원 중 유일하게 노래를 부르는 기번, 이들의 음악 본능을 들여다보자.

2부 가족 본능

기번이 일부일처제를 선택한 이유

인도네시아엔 야생 호랑이와 표범이 살고 있다.

정글에 서식하는 야생 동물들은 포식자의 존재 때문에 24시간 온 신경을 곧추세울 수밖에 없다.

새끼를 키우는 이들에겐 더욱 그러하다.

인간을 제외한 유인원 중 기번은 유일하게 일부일처제 사회를 선택했다.

밀림에선 자식을 키우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식자나 적으로부터 자식을 지켜내야 하고, 치열한 밀림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도 알려줘야 한다. 혼자서 육아를 한다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이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라면 그 부담을 덜 수 있다.

대부분 엄마 혼자 양육하는 다른 유인원과 달리 기번 가족은 아빠도 육아에 참여한다.

국내 최초의 야생 영장류 학자, 김산하 박사와 함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자바 섬에 서식하고 있는 기번 가족을 만나보았다.

기번 가족이 기상하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았다.

가장 인간적인 유인원의 삶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