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의 여중고생은 한류에 빠졌나? 올해도 한류붐 지속?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의 인터넷 뉴스사이트 아이티 미디어(ITmedia)에 실린 1월 23일자 한류 관련 기사를 소개한다.

제목만 보고 한국문화에 심취한 일본 여중고생들 사이에 한류가 유행한다는 기사 같아서 읽어보니 결론은 한국을 깎아내리는 내용이다.
냉각된 한일관계와 반한정서로 한국을 여행하는 일본관광객이 감소한 사실을 예로 들면서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기존 성인들 보다는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는 여중고생을 전략적인 타깃으로 삼아 한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사를 작성한 사람은 쿠보타 마사키(窪田順生, 1974년생)라는 기자 출신의 자유기고가 겸 논픽션작가다.

요즘 일본의 인터넷 우익(ネトウヨ)들이 분노하는 반일보도가 있다.

작년부터 일부 언론이 가끔 기사화했는데 10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류붐이 일고 있다는 트렌드를 소개한 뉴스다.

며칠전에도 “여고생들 한국문화 예찬…한류붐 재현은 사실일까?” (AERA 1월 22일자)라는 기사에 대해 애국심 넘치는 일본의 인터넷 우익들이 “증거를 제시하라!”, “친척 여고생에 물어보았지만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었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익들이 발광할 뻔한 것이 작년말 발표한 ‘JC · JK 유행어 대상 2017’이다. 여중고생들 사이에 ‘한류’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JK는 여고생(女子高生)의 일본어 발음 죠시코세이의 머리글자다. JC는 여중생(女子中学生) 죠시츄가쿠세이, JD는 여대생(女子大学生) 죠시다이가쿠세이, JS는 여자초등학생(女子小学生) 죠시쇼가쿠세이의 두문자어(頭文字語)다.

예를들어, 히트곡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은 홍백가합전에도 출전한 한국의 걸그룹 트와이스(TWICE)다. 양 손으로 T자 포즈를 취하는 안무가 있는 ‘TT’는 대부분의 여중고생이 따라할 정도로 인기다.
또한 상품 부문 1위는 치즈를 듬뿍 올린 한국요리 ‘치즈닭갈비’로, 신주쿠 신오쿠보 코리아타운의 한국음식점에서도 일본 여고생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3위는 운영자도 처음 들어본 우유크림이다.

JC · JK 유행어 대상을 발표한 곳은 여중고생 대상의 마케팅 대행회사 AMF다.
게이오대 재학중인 20세 여대생 사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시이키 리카(椎木里佳)는 유행어 선정에는 여중고생으로 구성된 ‘JCJK 조사대‘(약 100명)가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아래 트위터 사진의 여성이다. 1월 성인식 때 찍은 사진이다.

시이키 리카(椎木里佳)는 1997년 11월 21일 도쿄도 치요다구에서 출생. 현재 20세. 2013년 2월 중학교 3학년 때 여중고생 전문 마케팅회사 AMF를 설립했다. 명문사립 게이오 대학 문학부 2학년에 재학중이다. 방송에도 가끔 출연한다. 8만 6천명 정도의 팔로워가 있는 그녀의 트위터 소개란에는 한국어로 이름을 기재해 두었다.

AMF는 보도자료에서 “작년 여중고생들의 트렌드는 트와이스, 치즈닭갈비,  우유크림 등 인물과 상품면에서 모두 한국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던 한해였다”고 밝혔다.

쿨 코리아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위의 내용만으로도 일본 우익들이 분노할 사안이지만,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JCJK 조사대의 트렌드 예측이다.

“작년에 이어 2018년에도 인물, 상품, 스마트폰 앱 등 모든면에서 한국 관련 콘텐츠에 열광하는 ‘쿨 코리아’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보도자료를 보면, 여중고생들에게 한류스타가 동경의 대상이 되고, 일본어로 ‘~환(Fan)’이라는 뜻의 ‘~팬’이라는 한국어가 유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18년 일본 여중고생의 트레드예측 티비에 소개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일본의 우익들은 이러한 모든 것이 한국의 스텔스마케팅(Stealth Marketing,ステマ) 전략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과거의 한류붐도 반일언론이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은 어차피 이번에도 같은 주장을 할게 뻔하다.

이념적 사고를 벗어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분명 일본의 여중고생 사이에 ‘한류’는 인기있는 아이템이다.

물론 모든 여중고생들이 한류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트렌드 관련 기사는 일부 목소리가 큰 집단 또는 극단적인 사례에 포크스를 맞추어 소수의 여고생 사이에 유행하는 것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SNS를 보면 여중고생으로 보이는 유저들이 트와이스, 치즈닭갈비, 우유크림 이라는 키워드를 많이 검색하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일본에는 교내에서 인기에 따라 자연스레 정해지는 서열을 의미하는 스쿨 카스트(또는 학교카스트)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중고생 사회의 다층화 측면에서 보면 일본의 모든 여중고생이 한국 문화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며, 나름 학교에서 잘나가는 여중고생 중심으로 유행하는 트렌드로 볼 수도 있다.

치밀하게 계산된 한국의 전략?

그럼 왜 잘나가는 여중고생은 이렇게 한국 문화에 흠뻑 빠졌을까? AMF의 대표 시이키 리카(椎木里佳)는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젊은 친구들은 한국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고 할까, 원래 역사문제에 대해선 전혀 상관안한다. 솔직하게 예쁘고 멋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화장품 같은 경우도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 여성들이 큰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스포츠호치 2018년 1월 13일자)

티비에 출연한 시이키 리카가 미투운동과 약탄 술 마시고 성추행 당할뻔한 경험 언급
방송국 간부에게 성폭행 당한 이토시오리에 대해서도 사회자가 언급한다.
관련 유튜브 영상이 삭제되고 없어 리카 책소개 영상으로 대체..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한 모양이다.

이런 의견에 공감하는 분도 있을 테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그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혐한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면 한국문화를 좋아하게 된다는 식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본의 여중고생과 한국문화의 관계를 감안하면 한국 측의 치밀하게 계산된 마케팅의 결과로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여중고생 사이의 한류붐과 달리 지금 한일관계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 관광이다.

한국으로 여행하는 일본인 관광객은 욘사마 붐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작년 10월에는 17만 9천명으로 전년 같은달에 비해 20% 감소하며 상당히 침체된 상태다.

일본의 여중고생을 노린 철저한 마케팅전략

이러한 분위기 속에 한국 측이 일본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현재 냉각된 한일관계로 인해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보다는 앞으로 한국여행을 올 가능성이 높은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에 집중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중심 대상은 분명 젊은여성 층이다.

2017년 10월에 일본정부가 실시한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남성이 32.2%인데 반면 여성은 42.3%로 더 많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18~29세의 50.6%가 ‘친밀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것이다.

젊은 일본여성일수록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 이 사실만으로 목표는 눈에 뻔히 보인다. 바로 여중고생을 타깃으로 한 철저한 마케팅이다.
그래서 여중고생의 관심사인 패션, 메이크업, SNS, 댄스를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트와이스와 블랙핑크라는 한류 걸그룹의 홍보전략에는 이러한 요소가 모두 담겨있다.

일본의 여중고생이 먹잇감?

한국 정부가 전략적 차원에서 K팝의 글로벌 마케팅을 지원한 것처럼 한국은 정·관·민이 일체가 되어 한류를 홍보한다. 그런 필사적 마케팅에 일본의 여중고생이 감쪽같이 타깃화된 것은 아닌가?

시이키 리카(椎木里佳)의 말처럼 많은 일본인은 “선입관 없이 보면 좋은 것은 그대로 잘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본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내세울 때도 기본 스탠스는 ‘기다림’이다. 일본을 좋아하는 외국인이 와서 “귀엽다!”혹은 “멋지다!”고 칭찬을 해주면 그때서야 국가적 차원에서 움직인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기다리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먹힐 것 같으면 탐욕스럽게 빨아들이고 헝그리 정신으로 달려든다.

여중고생 사이에 한류가 유행한다는 것을 루머로 취급하고 귀를 닫아 버리는 것은 간단하고 맘 편하다. 하지만 일본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소비시키는 것이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 시점에 한국의 물불을 가리지 않는 문화수출 전략에서 배울 점도 있을 것이다.

일본 여대생 사장 시이키리카의 트렌드 예측! 한류붐 지속 | 김타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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